지 용 JI YONG
반복 행위로 얻어지는 심리적인 치유와 무아지경에 이르는 예술행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나의 작품은 머리가 둥글고 가느다란 시침핀으로 형상을 만들며, 이러한 작품 제작 과정들은 시침핀을 꼽은 반복행위가 나의 내면을 치유한다. 작품 제작 과정의 반복적인 예술행위를 통해서 겪게 되는 심리적인 치유와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고, 그 행위를 반복하면서 예술가로써의 의식을 직접적으로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이 완성 되었을 때에 오는 희열감과 성취감은 억압되어 있던 자아를 표출하는 역할을 한다. 작업의 주재료인 시침핀은 상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들이 모여서 어떠한 이미지가 완성되었을 때, 살아가면서 받게 되는 상처들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무뎌지고 성숙 되어가는 과정처럼 나 스스로의 내적인 성숙과 염원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이미지들은 나 또는 우리가 가지고 싶은, 이루고 싶은 이상에 대한 것들이며, 내 작품을 보는 이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Relaxed> 시리즈
지금까지 나의 작업들은 내가 바라던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그 안에 간절함을 표현하였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현 시대의 청년들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들이 연결되었으며 그로 인한 많은 공감대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전의 Hope 시리즈는 ‘나의 주변사람들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를 포함한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나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진행되는 현 시점 안에서 내 자신이 최소의 기본적인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내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I Want‘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오랜 고민과 스스로에 대한 수많은 물음과 고민, 그 대답들의 생각으로 제작된 작품이며, 그 해답들을 ’여유‘ 시리즈를 통해서 조금씩 풀어내고자 한다.
지금의 나에겐 적절한 휴식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과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쉴 새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항상 바쁘게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니 정작 쉬는 날에도 우리들은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감마저 느끼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개개인마다 느끼는 불안감의 요소는 다르겠지만 이러한 불안감들은 개인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혹사 시키고 있다.
어릴 적 직업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여름 방학 때마다, 바닷가 근처에 위치해있던 군인 휴향소에서 보통 한 달 넘게 가족들과 휴가를 보냈다. 바다 속에서 수영을 하다가 눈을 감고 물 위에 누운 채로 가만히 떠서 쉬는 행위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물속에서 먹먹함, 그리고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 지쳐 있는 것 같다. 요즘 들어서 그때의 편안했던 감정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
‘여유’ 시리즈는 어릴 적 바다 위에 편안하게 떠 있는 나를 서핑보드에 비유하여고, 내면의 바다 위에서 여유로움을 찾아 느끼는 나의 바램을 이미지화 한 것이다.
모든 이들이 나처럼 현실에 치여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여유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들을 위로해주고, 치유해 줄 여유로움이 가득한 공간을 마음 속에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