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이 종 기   이     강   양 종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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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백자 시리즈는 작가가 ‘Enchanted White’로 묘사한 마법처럼 황홀한 화이트다. 작품 [Enchanted White-Dragon]에 나타나듯이, 백자 항아리와 함께하는 캐릭터는 도자기의 안에 있는 것인지 밖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위치에 배치된다. 도자기가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고, 캐릭터 또한 원래 이미지와 같다 보니 눈속임의 유희가 가능한 조건이 성립된다. 문화재와 만화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재현주의에 충실한 탓에 관객은 청화백자와 만화 캐릭터를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청화백자에 바트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마그리트로 하여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반복적으로 외치게 했던 지점이다. 에른스트 크리스와 오토 쿠르츠가 쓴 [예술가의 전설]에 의하면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인간은 그림과 실물을 얼마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종기의 경우에는 실제와 유사한 정밀한 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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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어린 시절의 하찮았던 자잘한 사물의 발견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았을 때의 반가움과 서러움의 시점이랄까? 그것들을 맞닥뜨리는 순간 왜 그림을 그리는지 알 것 만 같았다.

 

파란 대문, 모과나무, 양은 냄비, 뒤뜰의 두툼한 이끼, 옥상 계단에 떨어져 가는 페인트, 화장실 옆 엄나무, 수돗가에 놓인 빨간 대야, 두껍게 니스칠한 방문은 살아가면서 힘을 주고 용기를 줬던 사소한 것들이다. 힘들 때마다 가족들과 나누던 의미 없는 대화나 할머니 댁, 성정동 집에 놓인 때 묻은 사물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유 받고 세상으로 나와 묵묵히 가던 길을 가기 위한 에너지를 받았다. 삶을 지탱하게 해준 것은 거창한 말이나 돈이 아니라 언제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고 만져 볼 수 있는 사소한 사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적인 사물들이 내 삶에 녹아있는 철학이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이 되었던 것 이다. 나에게 그림은 무겁거나 진지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고 하찮아서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삶의 중요한 순간 언제나 함께하던 힘의 원천이었던 것 이다. 

 

일상적인 삶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의 소중함을 알아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힌트를 얻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어린 시절의 하찮았던 자잘한 사물에 대한 기억은 정신적 치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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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용

초기 작업은 변기에 이끼가 낀 모습을 그리는 작업(2010)을 주로 했다. 근래에는 식기(그릇)에도 이끼가 끼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변기는 배설을 하는 도구이다. 하지만 변기에 내적 배설, 즉 자기반성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자기반성을 하는 목적과 결과는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운 삶’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물인 이끼를 선택했다.

이끼는 자연물이며 식물 중에서도 작은 식물이다. 이끼는 숲을 이루는 하나의 개체이면서 작은 숲을 닮았다. 이끼는 다른 어떤 것들을 덮어주듯 넓게 퍼지며 자란다. 그 모습은 마치 다른 어떤 것들을 정화를 시켜주는 것 같으며 또 서로 연결을 시켜줌으로써 어울리고 조화롭게 만드는 것 같다. 즉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는 ‘자연스럽다’는 보통 자연물 자체에 두고 표현하지 않는다. 인공물이나 사람이 다른 것들과의 조화롭고 어울리는 상태를 형용하기 위해 표현하는 말이다. 그리고 조화는 같은 것들과의 어울림이 아니라 다른 것들과의 어울림이다.

이렇듯 작품에 자기반성을 통해 나와 나 이외의 세상과 조화롭고 어울리는 상태, 즉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차츰 확장하여 ‘식기(그릇)’위에 이끼를 끼우거나 담은 모습을 그렸다.

‘변기’와 반대로 ‘식기(그릇)’는 먹을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한편 식기와 변기는 자연 순환의 의미를 갖는다. 먹는 것, 즉 외부로부터 내 안에 들어오는 감각적인 모든 것을 의미한다. 애초에 배설 이전에 먹는 것부터, 다시 말해 외부의 세계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자연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또 이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식기(그릇)’에 ‘나’를 이입시켰다. ‘나’라는 ‘식기(그릇)’에 ‘자연스러움’을 담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