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성 욱 이 영 지 진 영
이영지
이영지 작가의 화면은 늘 사랑이라는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을 작가의 위트와 톡톡 튀는 솔직한 화법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 친숙함은 화면에 담긴 긍정적이고 따듯한 사랑의 메시지와 함께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작가 이영지는 자아의 모습을 그의 화폭 속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나무를 대변하여 표현하고 있다. 나무의 작업성에서도 엿볼 수 있듯 처음부터 우뚝 선 풍성한 나무로 서 있었던 것이 아닌 싹을 틔우고 이파리 하나하나가 피어오르며 무성해져 든든한 나무가 되어있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거기에 그 나무를 찾아와준 ‘새’들의 모습은 인생을 살아가며 맺은 인연을 이야기한다. 나와 바깥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노래하기도,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이야기를 속삭인다.
진영
진영 작가는 전공인 한국화를 베이스로 깊이 있는 색감과 함께 의인화 된 ‘앵무새’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반복하는 특성’과 타인을 ‘모방하고 따라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들은 의식하던 무의식중이던, 내가 아닌 타인에게 인정받고 그 속에 동화되어 남과 다르지 않게 보이기 위한 모양새를 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보이는 작품 속 앵무새들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현대인들이 시시각각 끊임없이 매체로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남들이 하는 대로 큰 거부감 없이 따라하고 사유하고 행동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도시생활에서 공원이라는 제한적인 자연의 영역을 아파트 숲으로 이루어진 삭막한 도시에서 그나마 정신적, 육체적인 휴식의 공간으로 설정한다. 작품 속 작은 ‘앵무새 사람’들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떤 앵무새 사람들은 손전등을 비추며 중요한 것을 찾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도 그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앵무새는 없다. 이처럼 작품 속 앵무새 사람이 있는 ‘구역이 정해진 작은 숲’은 현대인들의 지친 일상에서 위로와 같은 존재인 동시에,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유한한 공간이 된다.
도성욱
도성욱은 숲을 그리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은 마치 자신이 숲 속의 어느 한적한 길을 걷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곤 한다. 하지만 미술 전문가들은 도성욱을 두고 숲을 그리는 작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를 빛, 공기, 온도, 습도 등 비물질적인 것을 묘사하는 작가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숲을 구성하는 물리적인 요소인 나무는 화면의 바깥쪽에 자리하고, 빛, 공기, 안개 등 비물질적인 요소가 그림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걸 볼 수 있다, 그가 제작하는 작품의 제목은 <Condition – Light>이다. 작가 스스로가 그림의 ‘조건’으로 ‘빛’을 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숲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지 무수한 나무들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작가가 그려내듯, 빛과 공기, 온도, 습도 등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숲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그의 그림을 마주하며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는 이유도 그가 그림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물리적인 형태가 아닌 비물질적인 것들로 구성된 어떤 분위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