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공간 긴급지원 사업
Connection
김 연 수 & 이 운 우
김 연 수
Uneasy Symbiosis : 불안한 공생
오래 전 집 앞 창문 앞에 붙어있던 거미는 나의 감각에 몇 초 동안 전율을 선사했던 거대 거미 Tarantula 였다.
거미의 나라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았던 경험은 이렇게 어디서든 여러 가지 종류의 거미와 일상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있던 내게 그들은 더더욱 이질적이고 생소했으며 생활 속에서 혹시 독을 갖은 거미를 만날 까봐 늘 신경 쓰이고 집 안 구석 구석에 늘어져 있는 거미줄은 나의 게으름을 반영 하는 것 같아 불쾌하고 귀찮은 존재였다.
그러나 아무리 부지런히 걷어내도 거미줄을 치는 거미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그냥 그 존재들과 공생하기 시작했다.
그런 후에야 비로서 그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 했다. 독이 있는 거미는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거미는 해충을 잡아 먹는 익충이라는 걸로 일단 그들을 같은 공간에서 인정했다.
내게 거미라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시작 되었고 그렇게 귀찮게 여기던 거미줄의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되었다. 8 개의 흐느적대는 다리로도 모자라 거미의 또 다른 몸이기도 한 거미줄로 끝도 없이 실을 뽑아내는 모습은 다분히 그 자체 만으로도 표현적 이었다. 그렇게 거미는 언제나 내 작업 속 내가 표현 하고자 하는 메타포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2020 년이 시작되고 뜻하지 않았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거리를 두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저마다 일상을 행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지 않은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처음 거대거미 Tarantula 와 맞닥드렸을 때도 상대의 존재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두렵고 불안 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 공간에 공존하게 되었다. 그것이 싫든 좋든………….
불안한 공생에는 불안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이질적이지만 그냥 상대를 인정하며 나의 공간과 일상을 유지하는 현명한 공생이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숙명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운 우
모든 자연은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구조가 지속적으로 중첩, 반복되면서 큰 구조를 이룬다. 즉 모든 우주는 프랙탈의 형태로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며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자연이 시각적으로 예측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프랙탈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면 자연이 아닌 창작물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운우 작가는 이러한 자연구조주의 프랙탈 개념에 집중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는 단순한 선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평면에 입체감과 리듬감을 발현하였다. 무수한 선의 중첩과 반복은 공허한 캔퍼스에 새로운 시 공간을 창출한다. 또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무수한 선들은 안정감과 편암함을 자아낸다. 즉, 자연에서의 규칙적 구조인 프랙탈의 원리를 조형적 모티브로 삼아 작품으로 시각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