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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보  민 Bo Min Kim

권도균 (런던대 철학박사,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대표)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김보민 작가는 자신의 실존에서 출발하여, 공간 속에 현존하는 자신과 타자, 자아와 세계의 연결에 주목한다. 작가의 메시지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 철학의 명제에 가깝고, 표현 기법은 색면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현대인의 고독한 실존의 모습을 반영한 도시 풍경화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 그 관계성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 그리고 감정에 대한 기억을 캔버스 안에 온전히 기록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공간을 기하학적인 면들로 단순화하고, 그 안에 작은 사이즈로 묘사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동식물과 사물을 배치한다. 도심 속 고층빌딩과 빌딩 사이를 걷고 있는 인간 크기의 비례를 작품 속에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의 뒷모습은 반복되는 일상의 고민을 견뎌내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그자체로 다가온다.

 

인물들은 걷고 있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의 시점은 인물들의 뒤쪽에 위치한다. 작가의 작품은 얼핏 보면, 자코메티 작품의 키워드인 걷는 사람과 시선을 묘하게 닮고 있는 것 같다. 인물들은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인간의 고독과 실존이 느껴지는 듯 보이고, 사색하면서 침묵하는 모습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단면으로 다가온다. 걷는다는 것은 실존한다는 뜻이며, 시선 또한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실존주의자들에게 인간은 존재 그 자체이고, 실존한다는 것은 거기 있음이다.

 

작가는 건물을 각종 도형의 형태나 단순한 선의 형태로 미니멀하게 표현하지만, 관람자는 그 형태를 공간의 존재로 인지한다. 미니멀한 이미지는 작가의 희미해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공간에 관한 기억의 부산물일 수 있고, 여러 가지 색감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작가 감성의 표현일 수 있다. 흑백 같은 과거의 기억에 회상하는 현재의 느낌과 감정의 색을 입힌다. 작품은 세련되고 따뜻한 색감과 과감하고 단순한 공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을 채우는 디테일한 묘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을 색과 형상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다른 형태의 작업은 인간의 고독한 삶의 모습에서 출발하였지만, 인간과 동식물을 생략하고, 공간만을 묘사하는 색면 추상을 시도하려는 듯하다. 인간의 불안한 실존을 색면 추상으로 단순화시키면서, 자신의 실존을 색과 도형을 통해 텅 빈 공간으로 상징화한다.

 

작가는 제목을 정하는 것도 작품의 일부이고, 관람자에게 던지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몇 가지,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거꾸로 내리는 비처럼, 작품에 부여된 짧은 시어 같은 제목들에서 생각의 깊이와 문학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제목은 관람자들에게 작품을 보면서 상상하게 하고, 호기심을 유도하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 불안이라는 개념은 실존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이데거에게 불안은 인간에게서 존재자 전체가 사라져버리는 경험이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과 마주한다. 하이데거에게 현존재는 시간 안에 어떤 종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한하게 실존한다는 뜻이다. 불안을 경험하는 현존재로서의 작가가 앞으로 어떤 형상과 색으로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고, 어떤 화두로 관람자와 공감할지 궁금해진다.

Artist Kim Bo-min starts from his existence and focuses on the connection between himself, others, and the self and the world in space. The artist's message is close to the proposition of existentialist philosophy that existence comes before essence, and the expression technique can be seen as a cityscape that reflects the lonely existence of modern people on a background made of colour planes. The artist wants to record the relationship between people completely, the emotions felt in that relationship, and the memories of those emotions on the canvas. The artist simplifies the space into geometric planes and arranges plants, animals, and objects around the human being depicted in a small size. The result is a direct reflection of the proportion of the size of a human walking between high-rise buildings in the city. The back view of the human being in the work approaches the lonely modern person enduring the repeated worries of daily life. The characters are walking and gazing somewhere. The artist's point of view is located behind the characters. At first glance, the artist's work resembles the walking person and gaze strangely, keywords of Giacometti's work. The figures seem to feel the loneliness and existence of humans, like Giacometti's sculptures, and the silent appearance while contemplating approaches as a cross-section of humans living a finite life. Walking means existing, and gaze also means being alive. To existentialists, humans are existence itself, and existing means being there. The artist minimally expresses the building in various shapes or simple lines, but the viewer perceives the form as the existence of space. The minimal image may be a byproduct of the artist's memory of space that remains in his faded memory, and the various colours may be an expression of the artist's sensibility that changes from moment to moment. The colour of the present feeling and emotion reminiscent of memories like black and white is applied. The work consists of sophisticated and warm colours and bold and straightforward spatial composition, and the detailed descriptions that fill it are in perfect harmony. The artist expresses the memories that come to mind with colours and shapes. The artist's new attempt at another form of work started from the image of a lonely human life, but it seems to be an attempt at color-field abstraction that omits humans, plants, and animals and depicts only space. By simplifying the anxious existence of humans into colour-field abstraction, he symbolizes his existence as an empty space through colours and shapes.

The artist believes deciding on a title is also part of the work and a question posed to the viewer. The short, poetic titles given to the work, such as "Some Things I Wish I Had Not Known," "The Morning That Comes Without Fail," and "Like Rain Falling Upside Down," allow us to feel the depth of thought and literary sense. The work's title acts as a seasoning that encourages viewers to imagine while looking at the work and induces curiosity. For existentialist philosophers, anxiety is an essential element that reveals existence. For Heidegger, anxiety is the experience of a human being disappearing from the entire being. A human being faces his death. For Heidegger, Dasein does not have an end in time but exists finitely. As a living being who experiences anxiety, I wonder what shapes and colours the artist will use in the future to prove his existence and what topics he will use to resonate with the viewers.

4_ 비선형적 시간 앞에서, 162.2 x 97 x 3 (cm)_100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jpg
9_ 끊어지고 이어지는, 53 x 40.9 x 3 (cm)_10P,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jpg
7_ 장면들(The Sequence), 53 x 72.2 x 3.5 (cm)_20P,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jpg
8_ 손에 쥔 시절들, 45.5 x 53 x 3.5 (cm)_10F,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jpg
5_ 기나긴 밤을 지나, 91 x 116.8 x 3.5 (cm)_50F,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jpg
3_ 알 수 없던 어제의 내일, 112.1 x 162.2 x 3 (cm)_100P,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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